비문 써주면 좋으련만 /고재덕

조은샘 기자 | 입력 : 2021/08/01 [14:56]

 

▲ 비문 써주면 좋으련만고재덕 시인의 작품     © 챌린지뉴스

 

고운 얼굴에 검버섯 번지니 갈날이 가깝구나!

종착역에 가는 줄도 모르고

그토록 아웅다웅 다툰 나의 비열한 속성이여

 

땀젖은 운동복 고이 접어

시렁위에 올려놓고

내 닮은 손자의 손가락 만져본다

 

뜨거운 적쇠위에

장교복 입힌체 날 올려놓고

"아버지" 부르며 애통하지마라

 

평생 썼던 시집, 수필집, 우수상 모두 태워

피부는 날려보내고 뼈만 남겨들랑

 

평소에 먹던 꿀단지에 뼈 한줌 쓸어담아

고향선산에 묻어달라

 

피멍든 슬픔일랑 피부와 함께 날리고

유쾌한 기쁨일랑 유골함에 보관하리

 

통쾌한 마라톤 메달, 환상의 육체미 트로피

한솥에 모두 넣고 녹여 비석 만들어

 

"열정 많이 쏟았지만 목표 달성에는

시간이 짧았노라"

라고 비문 써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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