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미와 적성을 살려 운전을 천직으로 택한 60대 여성 개인택시기사 임춘열

김명수기자 | 입력 : 2019/06/26 [11:06]

[인터뷰] 취미와 적성을 살려 운전을 천직으로 택한 60대 여성 개인택시기사 임춘열

 

60대 중반의 임춘열 여사는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취미가 운전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서 적성을 살려 택한 천직이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즐기고 직업으로 삼아 수입도 올리니 한마디로 행복한 사람이다.

 

 

임춘열 씨는 20033월부터 마을버스를 12개월 몰다가 20057KD운송그룹에 입사하여 20061219일부터 20165월까지 버스기사로 근무했다. 그리고 정년 퇴직후 20171월부터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버스 운전이 적성에 딱 맞고 좋더라고요” 20114월에 여성 버스기사 임춘열(1955년생) 씨를 인터뷰하면서 들은 첫 마디다.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KD운송그룹 경기고속 여성 기사 채용 광고를 보고 지원하여 100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운전대를 잡았다.

버스를 몰아보니 운전이 적성에 딱 맞는다면서 환하게 웃던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유니폼이 어울리는 여자' 임춘열씨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임춘열씨는 2011년 서울 강변~ 덕소 구간을 운행하는 15번 버스를 몰았다. KD그룹 전체 버스기사 8000명 중에 여성 기사는 140명으로 2%가 채 안 됐다. 그 중에 한 명이 임춘열 기사였다.

결혼해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문뜩 내 나이(45)에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45세 때 ‘50이 되면 너(50)를 취업해서 맞이하마생각했어요. 그 때부터 내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까 바로 운전이더라고요

그는 전업주부에서 버스기사로 인생 유턴을 결심하고 20031월 대형 1종 면허에 도전하여 한 번에 땄다. 버스회사에 취직하여 60까지 일하고 정년퇴직하면 개인택시 뽑아 70까지 일하겠다고 쉽게 생각했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면허 취득 두 달 후인 20033월부터 마을버스 14개월 몰다가 20057KD운송그룹에 입사하여 20061219일부터 버스를 운전했다.

겁 없이 회사에 들어와 큰 차를 운전하면서 초반에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얼마 안가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기사로 인정받았다.

버스를 몰면서 서민층을 많이 접했어요. 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하잖아요. 서민들은 물질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작은 삶에 만족하고 단순해서 행복 찾기가 쉬운 것 같아요

15번 버스를 몰면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뿌듯할 때도 많았다.

단골 승객이 KD그룹 인터넷에 저를 친절 사원으로 추천하는 글을 익명으로 올렸어요. 그런데 사내 직원이 답글로늘 친절사원으로 오르는 분이라고 쓴 글을 보고 더 기분이 좋았어요.”

대형 버스를 장시간 운전하면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웬만한 남자도 오래 버티기 힘든 직업이다.

여자 직업은 아니라고 봐요. 가사일과 병행하려면 슈퍼우먼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도전해볼만한 매력은 있지요

그녀가 생활체육에 매달리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한 때 배구부 주전 세터이자 선수주장을 맡기도 했다는 그는 배드민턴도 수준급으로 지금도 체력은 국력이라는 신조로 쉬는 날 에는 운동을 한다.

버스를 몰면서 해프닝도 많았다. 하루는 출근시간대에 직진에서 좌회전으로 신호가 바뀌면서 경찰이 버스를 세웠다.

그래서 물었어요. ‘나으리! 지금 이 상황에서 세울 수가 없습니다. 승객이 초만원이라 급정거하면 한 쪽으로 쏠리잖아요. 넘어지면 다치거든요. 그래도 경찰이 딱지를 끊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녀가 몰던 15번 버스에서 하차한 남자승객 두 명이 다시 와서 경찰관에게 말했다.

“‘저 여기사님은 철저히 안전운전하시는 분입니다. 절대로 교통 위반할 분이 아닙니다. 이번 상황은 승객들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입니다.’ 그렇게 제 편을 들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승객들한테 덕을 많이 보는 구나 생각했죠.”

그가 경찰과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먼발치에서 보고는 되돌아와서 두둔해 주는 바람에 그는 사태를 쉽게 해결할 수가 있었다.

저는 운전이 적성이 딱 맞아요. 원래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제 차를 타고 내리는 분들에게 제가 먼저 인사해요. 승객이 먼저 저에게 인사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 뿌듯하죠.”

친절하면 임춘열이다. 친절상() 수상 단골로 2009년에는 한 해에 무려 4 번이나 회사에서 주는 친절상을 탔다.

그에게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입사해서 1년이 다 돼 가던 날 교통사고를 냈다. 인사사고로 징계위원회까지 올라갔다. 입사 후 최대 위기였다. 그 때를 교훈 삼아 안전 운행을 생명처럼 준수하고 있다.

기사로서 안전운전과 친절은 기본이죠. 겉치레 친절은 안 통해요. 승객이 먼저 알아보거든요. 저한테는 큰 회사가 적성에 맞아요. 규정만 잘 지키면 되니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년 후 개인택시 뽑아서 70살까지 운전대를 잡을 계획입니다.”

2011년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임춘열씨가 했던 말이다. 자신한테는 소심하고 남한테는 관대한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진단한다. 버스 운전하면서 일부러 주머니에 1000원짜리 지폐 몇 장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이유가 있다.

5남매에 엄마아빠와 할머니가 한 집에 사는 초중학생 형제가 안쓰러워 1000원을 손에 쥐어주는가 하면 중학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빵, 우유 사먹으라고 5000원을 준적도 있다.

운전이 즐겁고 적성에 딱 맞는 여자. 그녀가 모는 차를 타면 승객도 즐겁고 정월 초하루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그 또한 기분이 좋다.

임춘열씨는 10년 넘게 버스를 몰다가 정년퇴직하고 20171월부터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64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서민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임 춘열 여성 드라이버. 직업에 귀천이 없는 세상에서 신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핸들을 잡고 손님을 실어 나르는 개인택시 기사 임춘열씨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작은 영웅이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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