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작가 기고 詩] 오월

김명희 | 입력 : 2019/05/09 [20:11]

 

오월 김명희 (시인소설가)

 

한동안, 컴퓨터에서 멀리 있었다

 

몇개의 늙은 안부를 곰곰 들렀다 돌아오는 길, 비만해진 구름들이 느리게 서쪽을 밀어냈다

 

뻐꾸기와 개구리 소리는

한층 더 귓속에서 욱신거렸고

물꼬를 살피는 농경의 시선들은

풀빛보다 푸르렀다

 

뉴스가 거실 한켠 잎새들을 흔들 때마다 내 마음에도 이따금 미세먼지가 날아들었고

그럴 때마다 나도 간헐적으로

커피잔 속에서 출렁였다

 

떠나간 것들이 돌아오는 시간엔

늘 저문 들녘부터 수런거렸다

 

오래전, 내 아버지는

밤이 늦도록 호롱불 밑에서

자신의 운명보다 질긴 새끼를 꼬곤 했다

 

그리고, 오월이 아직 남은 것을 알았을 때

앞산 아카시아는 흰 입덧을 서두르곤 했다

 

그 해, 두근거리듯

초경을 완성했던 내 누이는

장농 속 깊이 은밀함을 숨기곤 했다

 

그날 한 장 남았던 그녀의 비밀은, 누가 훔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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