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냅일물> 김명희 작가 (시인․소설가)

-도전한국인 국가대표 33인 수상자 김명희 작가

챌린지뉴스 | 입력 : 2019/02/03 [16:09]

▲ 겨울 눈 내린 시골 가옥     © 챌린지뉴스

 

냅일물*

 

-약 눈-

 

김명희(시인소설가)

 

평안북도 정주에서는, 섣달그믐 밤 눈이 내리면 그 눈을 받아서 정초부터 영험한 약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 물을 냅일물이라 했다

 

섣달에 이르러서야 신성해지는 물들의 내력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현실의 치유법을 하늘에 두었던 것일까

하필이면 그 구름들, 먼 날짜들의 어둑수레한 하루를 잡아 영험한 힘을 얻는단 말인가

그러나 사람들은 냅일물의 효험을 믿기위해 일부러 다치거나 상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한낮엔

새벽을 견딘 낙숫물 소리가 찌그러진 처마 끝을 녹이곤 했고

냅일물은 그 지루한 겨울 고요 속에서 늘 정결한 위치에 놓여졌다

배앓이와 고뿔 그 궁색한 질병들에 흔히 쓰이던,

오후에는 병든 개 한 마리도 마을로 찾아들곤 했으리라

   

냅일물,

기나긴 밤 어둠의 정기를 실컷 받아

그 어느 때보다도 영롱했을 흑백 저쪽 신비한 물의 열매

 

나는 지금

그 전설의 유래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내 호흡보다도 낮게

겨울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제 곧 하늘이 열릴 것이고 내 앞에선 눈이 내릴 것이다

그 물들의 법칙이 하늘의 체위였고

내 슬픔보다도 오래된 구름이었고

그 구름들의 열매가 약이 된 사실을 믿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냅일물: 시인 백석의 시 [고야]에 나오는 물 이름

 

▲ 감나무 붉은 홍시에 눈은 내리고     ©챌린지뉴스

 

 

▲ 김명희 소설가/시인     ©챌린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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